아기 생명을 보호하려면- 베이비 박스와 출생 통보제

미혼모 여성이 갓 출산한 태아를 유기하려다 경찰에 적발되었다는 뉴스 가끔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혼자 키워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산모가 택하는 영아유기, 매매, 살해의 비인륜적 범죄 실상을 칼럼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물상] 신생아 브로커(조선일보 23.6.24)

[만물상] 신생아 브로커(조선일보 23.6.24)

저는 칼럼내용 중 '병원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236명'이나 된다는 통계수치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숫자의 상당수는 '유령 아기' 브로커 등에 의해 다른가정에 입양될 것이지만(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나머지 아기들은 안타깝게도 유기 또는 살해되어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아기의 안전을 유기,인신매매, 그리고 살인으로부터 보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책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두가지 방법으로 칼럼에서 언급한  '베이비 박스'와 '출생 통보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베이비 박스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박스로,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들이 아기를 안전하게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장소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독일, 체코, 폴란드, 일본 등 약 20여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12월 서울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가 최초로 교회 담벼락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운영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베이비박스(출처 :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의 운영에 대해서는 찬반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찬성의 이유로는 1) 유기 위험에 처해져 있는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생명보호장치이며 2)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한 부모들이 마음을 되돌려 아이를 찾아갈 수 있도록 보호기능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의 이유로는 베이비박스는 1) 영아유기를 조장하고 2) 아이를 유기하는 부모의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 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합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8월 체코의 베이비박스 운영에 대해 '베이비박스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부모를 알고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므로 중단시켜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아기를 버리는 행위자체가 이해가 안되고 용서할 수 없는 짓임은 분명합니다. . 

하지만 영아유기의 모든 원인이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일까요? 영아유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 부모의 원치 않는 임신 : 미성년 미혼모의 출산, 혼외관계 하에서의 출산, 성폭행에 따른 출산 등
• 출산 후 미혼모가 가족과 사회로부터 경험하는 편견과 고립
• 경제적인 곤란
• 입양의 어려움
• 장애아의 출산으로 인해 경험하는 사회적 편견 및 경제적 곤란 등

내가 만약 미성년 미혼모라면?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면? 낳은 아이가 장애아라면?  원치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나만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선택, 영아유기. 그리고 그것을 되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명줄 같은 존재, 저는 그게 베이비박스라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박스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https://www.babybox .or.kr) 를 방문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출생통보제

출생통보제란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시,읍,면의 장에게 아이의 출생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제도 도입의 발단은 21년 말 제주도 세 자매가 출생신고 없이 20년 넘게 살아온 사실이 부의 사망신고 시 발견된 것으로 시작됩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않은 아이들이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거나, 방치되거나 유기되고,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아이들이 빠짐없이 출생 등록될 수 있도록 제도화 한것입니다.

 

법무부에서는 22년 3월, 출생통보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상정하였고 국무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떠한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법안에 따르면,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시,읍,면의 장에게 아이의 출생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시,읍,면의 장은 출생신고가 되었는지를 확인하여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자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합니다. 

 

현재 아동출생의 99.7%는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태어난 아동의 부모가 출생신고를 지연하거나 고의로 누락하는 경우에도 정부는 아동에 대한 사회적 보호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NGO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좋은 제도의 도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캠페인 참여하기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