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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한 일상

'어쩌다 열혈 부모'(1)

by 조나빠 202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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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11시쯤이 되면 교문밖 도로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던 '열혈부모' 들의 차량행렬을 바라보며 '참 극성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부모의 조그만 관심도 간섭이라 여겼던 질풍노도 시기의 반항적인 성향이 그러한 생각의 큰 몫을 차지했지만, 장시간 불편한 차안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그 무조건적 헌신 자체가 당시의 나로서는 '이해 불가'인데가가 지극히 비생산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었던 것 같다. 

 

이후로 시간은 흘러 그 '이해 불가하고 비생산적인' 부모군상 중에 내가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

그 행렬에 가담한지는 2019년부터니깐 벌써 5년차가 되었으니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과거 기억의 누군가와 내가 오버랩 되어가는 이 상황이 그냥 '웃프'기만 하다.

 

나와 같이 자녀의 학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부모를 일컫는 트렌드 용어가 있지 않을까 싶어 Chat-GPT 에게 물어보았다.  

 

우리나라에는 관련용어가 없고 '셔틀 부모'라는 용어가 종종 사용된다고 한다. '셔틀' 이란 용어가 학교폭력의 대표적인 신조어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적절언 단어선택은 아닌거 같다. 그냥 자녀

교육에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열혈부모' 정도로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어쩌다 열혈부모'

 '어쩌다 어른', '어쩌다 사장' 과 같이 한동안 사회적 유행이 되었던 '어쩌다' 란 단어가 나의 상황을 설명하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인 듯 싶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일주일 두번  첫째를 데리고 인덕원집에서  대치동 학원을 오가야 하는 '어쩌다 드라이버' 가 되었고, 서포트만 잘 해주면 교육적으로 '뭔가 해낼것 같고', '뭔가 될것' 같은 기대감에  '어쩌다 열혈부모'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1시간이 넘는 장거리를 주파해 도착한 학원 앞에서 또다시 한시간을 좁은 차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고행의 길을 '어쩌다'라는 일회성 의미의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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