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라면 국물과 인심 넉넉한 양, 그리고 카레가 정말 진심인 후지라멘왕'
밥심으로 사는 가산디지털단지 통근 5년차 직장인 입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매서운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듯 점심 때가 되자 초봄 특유의 청명하고 온화한 날씨로 탈바꿈했습니다. 겨우내 광합성에 목말라있던 저와 사무실 직원들은 피리부는 사나이를 쫓아가는 하멜른의 아이들 마냥 점심시간이 되자 밝고 따스한 햇볕을 쫓아 밖으로.. 더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햇볕의 온기를 만끽하며 걷기를 10여분. 낯선 곳으로 와버린 우리 일행은 많이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광합성 게이지가 만땅 충전되서인지 긍정의 기운이 가득했던 일행 모두는 그냥 '가장 가까운'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고 빛의 순례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곳이 바로 '후지라멘왕'
점심식사 인파로 한창 붐비는 시간대를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당앞에서 대기 하는 모습에 예상치 않은 곳에서 맛집을 발견했다 생각한 일행들은 "심봤다!" 환호성을 질러댔습니다. 하지만 대기명단에 적어둔 이름이 호명되기 까지는 20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실내는 그리 크지 않았고 4인석과 2인석 식탁으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인테리어상으로만 봤을 때는 너무 요란스럽지 않고 여느 식당과 다르지 않은 깔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메뉴는 일본라멘 3대장인 돈코츠,소유,미소라멘에 바질, 토마토, 마라 등 독특한 풍미의 라멘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수제카레와 사이드 메뉴로 가라아케, 멘보샤도 쉽게 넘길 수 없는 강적이었습니다. 점심과 전혀 관련없는 안주메뉴(치킨난반, 모듬감자, 토마토 와사비)에도 이상하게 눈이 가고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를 먹을지 고민고민하다 카라이돈코츠라멘(매운돈코츠라멘)을 주문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반 돈코츠라면의 뿌연국물 색깔과는 다르게 캬라멜 색입니다. 국물을 먼저 먹어봤는데 '어?' 이거 해장용으로 완전 딱입니다. 적당히 기름지고 매워 속이 쓰리지도 않으면서 정신을 번쩍 일깨워 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면을 먹기 위해 젓가락으로 국물 안을 휘저어 봤습니다.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국물 밑에 쫄깃한 면이 그득합니다. 보이는 것만으로 라면의 양을 판단하면 정말 경기도 오산입니다. 다 못먹고 남길 가능성 100%입니다.
같은 식탁에 착석한 직원분은 라카세트(라면+미니카레)를 주문하였습니다. 카레도 때깔이 어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저의 강렬한 눈빛을 참다못한 책임님이 크게 두 숟갈을 하사해 주십니다.
라면과 카레의 맛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깔끔함'입니다. 라면이 많이 기름지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매웠다면 카레는 강황의 풍미가 지나치지 않으면서 카레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지금까지 맛보았던 일본카레 대부분이 너무 풍미가 지나쳐 먹고 나면 느끼하거나 질리는 맛이었다면 후지라멘왕의 카레는 강황이 풍미를 적당히 잡아줘 먹고 나서도 맛이 참 깔끔하다는 생각만 남게 합니다. 제가 좀 카레에 진심인 편이라 라면도 정말 괜찮았지만 카레는 더더욱 마음에 끌리는 제 취향입니다.
양이 많기는 했지만 먹다보니 어느새 바닥을 다 비웠습니다. 비록 20분이라는 대기시간의 고통이 있었지만 너무나 만족스러운 한끼 점심이었고 다른 메뉴도 어떤 맛일지 궁금해지는 찐 맛집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저녁에 술 한잔 먹으러 와서 안주메뉴를 맛볼까 합니다.
후지라멘왕 :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142 105호
전화번호 : 02-2067-3060
영업시작 : 오전 11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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